2013. 7. 17. 10:44

73. 안치환 4집 (1995/킹레코드) 


갑자기 바뀌어 버린 시대는 누구에게나 혼란스러웠다. 안치환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광야에서>의 비장미는 더 이상은 통하지 않는 시대, 그는 대중적인 서정성과 이제까지 그의 음악의 기반인 건강한 비판의식을 접목하기 위해 애써보았지만 형식이 바뀌지 않은 채 내용만을 바꾼 어색함은 2집까지 계속된다. 수없는 대중과의 만남을 통해 그는 새로운 형식, '록'이 자신이 바라는 대중성과 비판의식의 교점이라는 것을 읽어낸다. 그리하여 3집의 모색기를 거쳐 마침내 피어난 4집의 '록'은 이 음반을 그의 최고작이자 90년대 우리 대중음악의 소중한 성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 이 음반을 <내가 만일>로만 기억하고 있는 안치환의 팬, 음반이 아닌 그의 생짜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안치환의 팬은 그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관객과 같이 부르는 <당당하게>의 거친 목소리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그 수많은 민중음악인들이 흔적도 없이 스러져간 90년대에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힘이다. (신승렬) 


열한번째 트랙 '내가 만일'이 매우 유명한 곡이기는 합니다만


세번째 트랙 '당당하게'가 오늘 링크곡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vgFox3XK3m4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15. 14:29

민주주의 [democracy, 民主主義]의 반대말은 관료주의 [bureaucracy, 官僚主義]이다. 공산주의 [communism, 共産主義]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권리를 갖는 개개의 주체가 자기 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관료주의처럼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모든 의사 결정을 하고 권리를 행사하는 대 반하는 제도라는 얘기다.


브라질에서 현 정권의 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을 두고, 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이것이 브라질의 민주주의의 힘이다."


노무현대통령시절 당시 한나라 당에서 환생경제 연극을 보고받던 당사자가

"평가는 국민들이 할것이다."

라고 얘기했던 일화...


이 두가지를 생각해보면


요즘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받는 평가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수있지 않나 싶다.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15. 10:46

72. 한대수 무한대 (1989/신세계음향) 


황천길을 허위적허위적 올라가는 사람이 남겨놓은 듯한 고무신이 걸린 철조망 사진은 한대수라는 냉소와 허무의식에 사로잡힌 듯한 한 가수의 초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70년대 한국 모던 포크의 역사에서 특유의 냉소와 표현의 모호성으로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었던 한대수의 자화상은 이렇듯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으며 또한 쉽게 접근을 허락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14년이란 긴 쉼표를 마치고 80년대의 마지막에 내놓은 또 하나의 자화상은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언어는 더욱 더 은유로 일관하고 그의 냉소의 대상은 점점 더 모호해졌다. 이는 모순으로 가득 찬 현실이 그에게 가했던 형벌 때문이라기보다는 그 자신의 기질탓으로 보인다. 즉, 그는 타고난 니힐리스트인 동시에 상징주의자인 것이다. <무한대>에서 한대수는 언어추상화의 극치를 보여준다. 사실 우리 가요에서 이만큼 자의적인 가사 쓰기가 시도되기는 힘들고 또한 그러한 시도들도 많지 않았다. 흔히 거론되는 화려한 세션과 록적인 시도 및 추상화된 가사 미학은 80년대를 마감하는 해에 나온 무한대가 마땅히 평가받아야 할 부분이다. (황정)


어느 한 곡을 고르기가 참 어려운 앨범입니다. 모든 곡이 한대수류 이거든요 ㅎㅎ


세번째 트랙으로 골라봤습니다. '마지막 꿈'

http://www.youtube.com/watch?v=732L2feXY4s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12. 11:34

71. 카리스마 1집 (1988/서라벌레코드) [이근형(g), 김종서(v), 김영진(b), 김민기(d)] 


1983년 무당은 자신들의 2집에 담긴 <그 길을 따라>에서 헤비메틀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그리고 1986년 시나위는 최초의 헤비메틀 히트 싱글이기도 한 <크게 라디오를 켜고>가 담긴 헤비메틀 음반을 만들었다. 이후 국내에서는 비록 언더그라운드에서나마 헤비메틀 붐이 일어났다. 카리스마의 본작은 시나위 데뷔부터 불기 시작한 국내 헤비메틀의 붐을 타고 시기적으로 마땅히 나왔어야 할 만한 완성도 있는 메틀 음반이다. 여기서는 당시 절정에 달했던 이근형의 연주를 들을 수 있고, 이는 시나위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김종서, 김민기, 김영진이 드디어 카리스마 참가시에는 역량있는 뮤지션들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90년대 변신을 한 김종서도 이근형과 공동 작사/작곡작업을 한 이 음반에서 자신의 음악작업경력 중 최고의 역량을 드러내고, , <저 산너머>에서의 이근형의 기타 연주는 필면에서 당대 최고임을 보여준다. 이들은 80년대 헤비메틀 역사에서의 슈퍼 세션 밴드이고, 미스테리와는 달리 명성만큼의 완성도를 음반에 담아냈다. (박준흠) 


오늘 링크하는 다섯번째 트랙 '저 산 너머'

이 한곡 만으로도 이 앨범은 가치가 있습니다.

http://youtu.be/0A_dmUsNwwg


유투브에서 찾을 수가 없어 제가 급하게 만든 영상인지라 음질이 약간 좋지 못합니다.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11. 10:18

70. 갱톨릭 A.R.I.C (1998/강아지 문화 예술) [김도영(v, key), 임태형(v, key)] 


굳건하게 '가요 톱텐'의 한 자리를 차지하던 '뽕짝'의 몰락과 댄스 음악의 주류장악이라는 전광석화처럼 벌어진 이 사건은 아직도 흑인음악 (랩, R&B)을 제 나름 대로 (또는 멋대로) 차용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하지만 거리의 아이들이 '크루(crew)'를 형성하고 자신들의 문화를 스스로 창출하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질 것 이라는 기대는 아주 근거없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 클럽 밴드들 틈새에서 마이크와 턴테이블을 무기로 랩을 지껄이는 랩퍼들과 포터블을 배경으로 춤을 추는 댄서들의 시도는 (미약하나마) 아직 진행형이다. 강아지 문화/예술의 옴니버스 앨범 에 <변기속 세상>으로 참여했던 갱톨릭은 자신과 주변에 대해 투덜거리며 '또 다른 혁명'을 꿈꾸며 'Another Revolution Is Climbing'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의 데뷔 앨범을 발표했다. '뽕' 멜로디 틈새에서 고생하는 랩을 본연의 위치에 놓으려는 이들의 시도는 아직 가능성의 영역일 수는 있어도 치기어리지는않았다. 그리고 현재 갱톨릭에 이어 함께 공연하던 가리온, Da Crew등 랩 그룹의 앨범이 준비중이다. (김민규) 


98년부터 2000년까지는 군대에 있어놔서...


이즈음에 발표된 음악들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네요 ㅋㅋㅋㅋ


링크곡은 다섯번째트랙 '내안의 혁명'

http://www.youtube.com/watch?v=84STol7W5GQ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8. 11:56

69. 패닉 Panic (1995/신촌뮤직/아세아레코드) [이적(v,g, key, prog), 김진표(v)] 


그야말로 'New Kids On The Block' 동네에 나타난 새로운 아이들. 그들의 정체는 중산층에서 (겉보기에) 별 탈 없이 잘 자란 요즘 애들이지만, 한편으론 '또 하나의 문화'라는 대안문화를 추구하는 진보집단의 2세대로서 사회체제에 대한 분석비판력을 갖춘 세대였다. TV 속의 다소 어설픈 라이브로 혹사당해 최초의 신선한 울림을 잃어 버리긴 했지만 <달팽이>에서 표현된 작고 뭉클하고 꼬물거리는 것에 대한 애정은 새로웠고, 경쾌한 선율 위에 획일적인 사회에 대한 항변을 담은 <왼손잡이>가 모든 삐딱한 성향을 가진 이들의 은근한 동조를 모았던 반면, 이들의 지향은 <다시 처음부터 다시>의 걸러지지 않은 독설과 직설적인 공격성에 집약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 곡 끝머리에 살짝 비춰진 젊은이다운 웃음기는 <더>의 소름끼치는 파괴적 비전의 확대심화로 일관한 그들의 2집밑에서는 더 이상 접할 수 없으며, 이적과 김동율의 조인트 앨범 카니발을 보면, "아무것도 망치지 않는다"는 가사가 의도된 아이러니가 아니라 이적의 진심이 아니었나 의심하게 된다. (조성희) 


학창시절에는 가사에 심취(?)해서 듣던 앨범입니다만, 요즘 다시 들으니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음악적인 완성도가 더 놀랍게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링크곡은 네번째트랙 '달팽이'

http://www.youtube.com/watch?v=YFyaviK00DQ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5. 10:25
68. 달파란 휘파람 별 (1998/펌프/도레미레코드) [달파란(prog)] 

한국 대중음악계처럼 트렌드에 민감한 곳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이 곳에서의 트렌드의 공통점은 그것을 '제대로'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본격 적이고 능란하게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고, 또한 변형시킨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트렌드의 특성에 결코 부합하지 않는 '테크노' 앨범이 바로 이것이다. 테크노라는 장르가 가진 특성(샘플과 루프, 아날로그 신서사이저적인 음원과 아르페지오, 그 외에도 몇 백가지가 될지 모르는)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달파란/강기영의 것으로 '자기화'했으며, 가장 '한국적인 개성'을 지닌 이박사의 인용이나 낭만적이며 신비주의적인 '컨셉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글로벌한 특성을 지닌, 정말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앨범이 이것이다. 이 앨범이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것은 바로 한국의 '트렌드'에 대한 증거물로서의 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철학을 지녔지만 그것을 구체화하여 앨범으로 내놓기는 힘든 일이다. 달파란/강기영의 '테크노 철학'을 그대로 창작해낸 실천주의적 앨범이다. (조원희) 

제가 평소에 거의 듣지 않는 장르의 앨범이라서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제가 듣기에도 나쁘지 않은걸 보면 좋은 앨범인듯 하기도 하구요;; 잘 모르겠어요 ㅠㅠ

링크곡은 두번째 트랙 '휘파람 별의 외계인'입니다.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4. 10:34

67. 양희은 1991 (1995/킹레코드) 


상투적인 표현을 눈감아준다면,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혹은 언니), 버거운 역사의 등짐을 저 모퉁이쯤 살며시 내려놓고 이제 조용조용 말을 걸어 오는 양희은을 이 말처럼 적절하게 형용한 것이 없다. 그이만큼 작곡자 복[혹은 화?]이 넘쳤던 싱어도 많지 않을 터인데, <아침이슬>의 김민기, <한계령>, <찔레꽃 피면>의 하덕규 이후 여기서 파트너로 맞은 이는 막내동생뻘쯤 될 듯한 이병우이다. 언제나 청량하게 곧게 뻗어나가기만 할 것 같던 양희은의 목소리에 어느새 세월의 연륜인 듯 음영이 드리워졌고 그에 맞춰 덤덤한 회한과 호들갑스럽지 않은 달관을 담은 곡들 안에 시종 잔잔하게 뒷받침하는 기타가 호흡을 맞춘다. 그래도 좀 굴곡이 있다 싶은 <가을아침>에서 그려나가는 어느 가족의 아침정경은 정말이지 정겹기 그지없다. 쓸쓸하도록 아름다운 풍경이다. (조성희) 


우리나라 가수중 울림이 가장 좋은가수는 이분이 아닌가 합니다.


여섯번째 트랙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물론 첫트랙 '11월 그저녁에'도 언제나 들어도 좋은 곡입니다.


오늘 링크하는 두번째 트랙 '가을 아침'을 특히 좋아합니다. 도입부의 무반주로 읍조리듯 들려주는 양희은씨의 목소리는, 그 특유의 울림이 가미되어 정말 탁월한 맛을 보여 줍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ysn6tCr3iQc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2. 12:19

66. 정태춘 시인의 마을 (1978/서라벌레코드) 


고은의 작품을 좋아하며 자신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과 인생의 허무함에 싸여 있던 한 시골소년이 1978년 군을 제대하며 그간 만든 노래들을 발표한 것이 본작이다. 또한 앞으로 끊어지지 않을 공윤과의 인연을 맺어준 것도 본작이다. <시인의 마을>의 가사가 시작과 관련이 없고 가사에 방황, 불건전한 요소가 짙어 대중가요로 부적격하다는 판정을 받고 전면 개사되었고, <사랑하고 싶소>도 내용이 지나치게 방황을 강조하고 있다는 이유로 개사되어 발표되었다. 이렇게 이 앨범은 정태춘 자신의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방황과 허무로 일관하며 계속적인 정체 모를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떠나고자 하면서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망설이고 방황하는 빈 가슴을 품은 채 떠 돌아다니는 시인의 모습을 공윤의 지적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정태춘이 만들어낸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한 솔직한 그 가사가 적절히 베어 있는 가락들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한유선) 


링크곡은 세번째 트랙 '촛불'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WS8L7Q59I9c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7. 1. 10:41

65. 김수철 1집 (1983/신세계음향) 


당대의 히트곡 <못다 핀 꽃 한송이>로 시작하여 <정녕 그대를>, <별리>를 지나 <내일>까지 일련의 애상적 발라드는 음반 제작자들의 신주단지, 애절한 이별 노래의 저주받을 '국내 취향'의 전범이 될 법하다. 물론 작은거인에서 하드 록의 한 경지에 올라섰던 김수철의 작품들은 유통기한 3개월짜리 대량생산 복제품들과는 견줄 수 없는 품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인 애이불상(슬프되 가슴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즉 감상적이지 않다)의 미덕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슬픔의 승화, 상처를 스스로 핥아 치료하는 짐승의 그것과 비슷한 외로운 존재의 확인이다. 어쿠스틱 기타와 현악 세션이 곧 일렉트릭 사운드로 전환되는 <못다 핀 꽃 한 송이>의 드라마틱한 곡 구성은 가요의 틀속에서도 돋보이고, 작은거인 2집에서 옮겨 온 <별리>의 정조는 멀리는 <가시리>에서 가깝게는 소월의 <진달래꽃>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이별가 전통 속에 고유한 정한을 계승했다 할 만하다. 이윽고 앨범 후반부의 <내일>은 선명한 기타 반주를 곁들여 담담한 체념의 어조로 홀로 가야 할 '멀고도 먼 방랑길', 한 뮤지션의 앞으로의 여정을 예비하고 있다. (조성희) 


제가 워낙 김수철씨의 음악 세계를 좋아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언제 들어도 참 질리지 않는 앨범입니다.


요즘 이별 노래들 처럼 꺼이꺼이 울면서 노래 하지 않아도 음악이 얼마나 가슴을 울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곡들이 가득하지요.


오늘 링크곡은 네번째트랙 '별리' 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LBrSChb78Wk


개인적으로 김수철씨의 곡들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기도 합니다.

Posted by 시간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