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2. 9. 14:26

94. 노래를 찾는 사람들 2집 (1989/서울음반)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온순한 인상의 합법 앨범을 발표한 것은 1988 서총련 노래단 조국과 청춘이 일렉트릭 사운드를 받아들인 것 이상으로 (물론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이슈를 일으켰다. 눈을 가린 경주마와 같은 이러한 시각에 의해 벌어진 간극은 아직도 대중음악의 일관된 흐름 내에서 이러한 흐름의 음악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조건을 낳고 있다(록이 '저항'이냐 아니냐, 록을 '수단'으로 여기느니 하는 허접쓰레기 같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을 안치환, 김광석, 권진원 등을 배출한 전직 운동권 노래패로 인식하는 것은 이러한 간극이 낳은 현실이다. 간간이 모습이 지워진 졸업사진을(누가 이들의 모습을 이 사진에서 지우려 했던가) 재킷으로 한 노·찾·사 2집은 노래패 곡의 전형에서 벗어나진 않지만 이전의 조악할 수밖에 없었던 불법 테이프의 느낌과는 달리 (따로 또 같이의) 나동민의 프로듀싱을 거치며 보다 세련된 면모를 보인다. 안치환이 부른 <솔아 솔아 푸른 솔아>, 여공의 모습을 그린 <사계>, 정태춘, 박은옥의 <5·18>에 삽입된 <오월의 노래> 등 모두 80년대 노래운동의 훌륭한 자산이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을 '후일 담류'로 싸게 팔아 넘기려는 이들은 <저 평등의 땅에>의 당당하고 아름다운 서정을 반드시 다시 들어야 한다. (김민규) 


대중적으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앨범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민중가요 앨범이기도 하며, 수록곡 모두를 가사 없이 부를 수 있는 유일한 앨범이기도 합니다.


오늘 링크곡은 두번째트랙 '광야에서'

http://www.youtube.com/watch?v=ffYHG9fmIDg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2. 6. 14:55

93. 신중현과 뮤직파워 1집 (1980/지구레코드) [신중현(v, g), 김문숙(v), 박점미(v), 이승환(d), 박태우(b), 김정희(key), 이근희(trumpet), 홍성호(a.sax), 한준철(t.sax)] 


1980년대에 해금되면서 내놓은 작품인 이 음반은 9인조 브래스 록 그룹으로 만든 음반이었고, 신중현의 음반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작품이었다. 그를 거론 할 때는 보통 한국 록의 대부로 얘기하면서 <신중현과 엽전들> 1집을 그의 대표작으로 보아왔다. 하지만 사실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은 더 맨이나 뮤직파워 같은 브래스, 키보드 파트가 있으면서 특유의 '쩍쩍 달라붙는' 느낌의 리듬 기타 배킹(backing)이 깔리는 음악이다. 이는 이 음반의 <아무도 없지만>, <저무는 바닷가>, <떠나야 할 사람>이 바로 그 증거이다. 이들은 멋진 리듬 기타 배킹과 신중현만의 감각적인 솔로 애드립이 돋보이는 매우 훌륭한 곡들인데, 이 음반은 사실 묻혀져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도 인정하듯(그는 이 음반의 기타 애드립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음반에서의 감각은 그의 연주경력에서의 베스트이고, 그의 필은 무척이나 독특했다. (박준흠) 


확실히 윗 글의 설명 처럼 신중현씨는 웅장한 브라스밴드와 함께 곡을 만들어 낼 때 더욱 뛰어난 것 같습니다.

오늘 링크하는 곡을 들어보면, 좀 더 좋은 음악시설에서 녹음을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 정도니까요.


세번째트랙 '아무도 없지만'

http://www.youtube.com/watch?v=XTkzO0fGZsI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2. 5. 10:44

92. 양희은 1집 (1971/킹레코드) 


세상에는 무수한 <아침이슬>이 있다. 1971년 앳된 처녀의 맑고도 강한 목소리에 실려 세상에 나왔던 젊은 날의 고뇌와 결단을 그린 서정적인 노래 한 곡은, 수록음반이 작곡자 김민기 독집의 판매금지조치에 휩쓸려 공식적인 무대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후에도 사람들의 가슴속에 선연히 살아 독재정권의 신경질적인 과잉우려를 실현시키기라도 할 듯 술집에서, 거리에서 끝도 없이 불리워졌다. 그 결과 애초의 소박함 위에 부르는 이의 비분강개 혹은 결기가 덧붙여졌고, 80년대에 들어와 얼마간 자기도취적인 정서는 소시민적·지사적이라는 당시로선 치명적이었던 딱지를 달기도 했다. 그리고 드디어 1987년 가을, 6월 항쟁의 가시적 성과물 중 하나로서 <아침이슬>이란 더블앨범에 간소한 기타 반주의 원곡이 그대로 실림으로써 이 노래를 구전으로만 접했던 세대와 처음 조우했다. 한편 '국민정부'가 <상록수>를 국민가요로 삼을 것을 예견하기라도 하듯, 작년 가을 김민기 헌정앨범 <1997 아침이슬>의 서두를 장식한 새 녹음은 남성합창을 깔고 애국가 한 구절과 동반한 무게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만들고 부른 이들조차 버거울 정도로 시대와 호흡하며 대중과 함께 했던 노래가 첫 선을 보인 이 음반은 함께 수록된 곡들이 <꽃 피우는 아이>를 제외하면 <일곱 송이 수선화(Seven Daffodils) 등 모두 60년대 미국 포크송의 번안곡이었던 탓인지 재발매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그대로 전설과 기억의 영역 속에 남게 되었다. (조성희) 


젊은시절 양희은씨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앨범입니다.


오늘 링크곡은 세번째 트랙 '세노야 세노야'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7GV1JDai3kk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2. 4. 11:35

91. 정태춘·박은옥 92년 장마, 종로에서 (1993/삶의 문화/한국음반) 


모던 포크의 감각적 수용자로 시작하여 이제는 수단으로 포크를 수용한 정태춘은 민중운동의 통일되고 확실한 목소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이즈음에 다시 재조명되어 마땅하다. 그는 이데올로기를 노래한 가수가 아니다. 그가 엘리트 지식인들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는 이웃의 삶을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가감없이 노래하고자 했으며 그 과정에서 제도권의 박해로 그의 음반들은 '불법'이라는 딱지를 달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을 뒤돌아 볼 때 <아! 대한민국>과 <92년 장마, 종로에서> 두 음반의 합법화 결정은 그의 선택이 옳았으며 그의 투쟁이 조그마한 승리를 획득했음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들의 죽음>과 같은 낮게 읊조리는 절규가 가득 찬 <아! 대한민국>과는 달리 본인도 밝히듯 여전히 그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보다 일상적인 정서에 가까이한 <92년 장마, 종로에서>는 그의 향토적인 초기작과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저 들에 불을 놓아>와 같은 강렬한 어조의 노래들로 가득 차 있다. 그의 아내이자 동지인 박은옥과 함께 한 이 음반은 사회성 짙은 모던 포크의 걸작으로, 민중가요의 제도권에 대한 소중한 승리로서 기억되고 있다. (황정) 


이분의 노랫말은 다른 민중가요 곡을 만든 분들과 비교해도 참 직설적이고 수사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의 울림이 결코 작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진심으로 적어내려갔기 때문이 아닐까...(물론, 그 시절 이런 음악을 하던 분들 중 어느 한분 진심이 아닌 분이 계셨겠냐만...)


오늘의 링크곡은 두번째 트랙 '저 들에 불을 놓아'

이분의 곡들 중 개인적으로 손꼽는 작품!!

http://www.youtube.com/watch?v=nB81cw6zaKk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2. 3. 14:23

90. H2O 2집 (1992/아세아레코드) [김준원(v), 박현준(g, key), 강기영(b, key), 김민기(d)] 


러닝타임 35분짜리 앨범이지만 그 내용물은 녹록하지 않다. 시나위 출신의 강기영을 중심으로 당시 TV에 출연해 수많은 여성들을 설레게 했던 박현준과(비록 그녀들은 이들의 앨범을 듣지 않았지만) 김준원이 모인 H2O는 당시 한국 록 음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던 헤비메틀이나 LA 팝메틀과는 다른,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을 선보였다. 흔히 에디 베더(Pearl Jam)에 비교되곤 하는 김준원의 개성 있는 보컬 톤이라든가 단순히 드럼을 받치는 것이 아니라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개성 있는 강기영의 베이스, 테크닉 싸움장 같던 당대의 기타 사운드와는 동떨어진 배킹 위주의 여유로운 박현준의 기타는 3집에서 만개하여 90년대 최고의 명반 중 하나를 낳지만 여기서도 이미 그 날카로움은 주머니를 뚫고 솟아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개성'은 삐삐밴드에서 그 극단을 보여준다. 80년대의 많은 헤비메틀 음악인들이 받은 '테크닉만 출중한 생각 없는 카피 집단'이라는 비판은 이들에게는 전혀 유효하지 않다. 추천 트랙은 <너의 눈에 비치는 내 모습>으로, 뻔한 발라드곡처럼 보이는 제목과는 딴판으로 한국에서 몇 안되는 베이스가 돋보이는 명곡이다. (신승렬) 


링크곡은 첫번째 트랙 '걱정하지마'

http://www.youtube.com/watch?v=sFc-AA5ho9E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2. 2. 14:12

기사의 내용과는 다르지만 과거 이석기의원의 일화가 생각나기도 하고, 기사 내용중 일부에 포함되는 것이어서 적어본다.


개인적으로는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행동을 찬성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정치적인, 종교적인 혹은 그보다 훨씬 개인적인 이유로 애국가를 부르는 것을 거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판하거나 비난할 생각도 전혀 없다.


과거보다는 매우 유연해 졌다고 하더라도 국적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우연히 결정된 국가의 가치관이 나의 그것과 다르다면, 적극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거부하는 것도, 소극적인 방법으로 그것을 따르지 않는 것도, 그러할 권리가 충분히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앰네스티한국지부의 기사 링크입니다.

http://blog.amnesty.or.kr/8227/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2. 2. 11:32

89. 시나위 5집 (1995/워너뮤직) [신대철(g), 손성훈(v), 정한종(b), 신동현(d)] 


이들은 1986년 데뷔 음반으로 우리 나라에서 헤비메틀의 시대를 연 장본인이면서(사실 최초의 헤비메틀 연주가 담긴 음반은 1983년 무당 2집이었다. 여기서 <그 길을 따라>는 헤비메틀 리프를 본격적으로 차용한 곡이다), 1990년 자신들의 4집으로 그간의 힘겨웠던 '메틀 여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로써 시나위는 잠정적으로 해체되었고, 일군의 메틀 청년들(김종서, 임재범, 이근형, 오태호, 서태지 등)은 진로변경을 모색했다. 신대철은 김영진(베이스/시나위, 카리스마 출신), 오경환(드럼/뮤즈 에로스 출신)과 1991년에 블루지한 하드 록을 추구했던 자유를 결성해서 앨범 하나를 발표했고, 박광현 2집, 남궁연 1집에서는 세션을, 손성훈의 솔로 음반에서 프로듀서와 세션을 했다. 하지만 시나위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던 그는 5년만에 다시 시나위를 재개, 90년대 록 조류 (얼터너티브 록)를 흡수한 본작을 발표했다. 그의 달라진 기타톤(그런지 기타 톤)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이 음반에는 <매 맞는 아이>, <지켜봐야 해>, <너에게 주고 싶어>, <혼돈의 끝>, <상심의 계단>등 좋은 작품이 수록되었고, 노래에 사회적 메시지를 담으려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시나위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이 음반을 선정하겠다. (박준흠) 


오늘 링크곡은 다섯번째 트랙 '매맞는 아이'입니다.


티비 출연 영상이라 앨범 버전과는 다릅니다;; ㅠㅠ


http://www.youtube.com/watch?v=b5e1bA5u7uk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1. 29. 11:20

88. 앤 Skinny Ann's Skinny Funky (1998/인디) [장현정(v), 최성훈(g, v), 강희찬(b), 이대우(d)] 


'독립 레이블'을 통한 언더그라운드 씬의 앨범은 90년대 중반 이후 매우 번성했다. 때로는 열악한 작업환경을 드러내는 것으로, 때로는 투철하고 고집스러운 반골정신으로, 때로는 기상천외한 각종 아이디어들로 그들은 기존 대중음악시장을 잠식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소위 '인디 음악'계에서 가장 주목받을 만한 밴드는 바로 앤이다. 이들은 때로는 'funky'하고, 때로는 스트레이트하며 때로는 서정적이기도 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동시에 매우 안정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 장현정의 보컬은 랩과 멈블을 종횡하며 새로운 그루브를 만들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재기 넘치는 가사전달마저 선보이고 있다. 외국의 몇몇 밴드와 닮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다양함 넘치는 앨범 구성은 이들을 여타의 '비인가종목 카피 밴드'들로부터 차별화한다. <무기력 대폭발>에서의 스트레이트함은 히트 넘버 <러브레터>로 그들을 접한 많은 청자들을 의아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프 뮤직이나 스카 등의 '한국적으로 소화해내기 힘든' 서커스를 선보이기 때문에 이들이 각광 받아야 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조원희)


오늘 링크곡은 두번째 트랙 'Love letter'


http://www.youtube.com/results?search_query=love%20letter%20-%20ann&sm=3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1. 26. 16:28




일제강점기시절 군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위한 앨범... 그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작년 앨범도 무척 좋았지만 이번 앨범도 정말 알차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희정, 이상은, 오지은씨 등이 빠진건 아쉽지만

대신 이아립, 소이, 투스토리 등이 참여했습니다.

첫 앨범에서도 그랬지만, 앨범에 담긴 의미가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만 집중하더라도 정말 추천하고픈 앨범이예요.


링크한 곡은 '도사리 까페' 마지막 트랙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BONG1HJ3Uxk


Posted by 시간도깨비
2013. 11. 22. 11:56

87. 이상은 외롭고 웃긴 가게 (1997/킹레코드) 


이상은은 1988년 MBC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션이다. 데뷔시는 탬버린을 들고 무대에서 춤추며 노래하는 어린 가수에 불과했었고, 이때는 그녀의 뮤지션으로서의 가능성을 눈치채기에는 사실 불가능했었다. 하지만 1992년에 이상은 그녀의 음악 경력에서 새로운 시발점이 되는 <이상은>을 발표했다. 감각 있는 젊은 뮤지션 안진우의 편곡과 기타가 뛰어난 이 음반은 그때까지 그녀가 갖고 있었던 '가벼운 애들 가수'라는 이미지를 불식시켰다. 이는 예상치 못한 실로 놀라운 변신이었다. 1995년에는 완벽한 음악감독이 되어 <공무도하가>를 일본인 스탭들을 이끌고 녹음했고, 1997년에는 이 음반을 발표하여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이상은으로 성장했다. <집>, <사막>, <외롭고 웃긴 가게>로 차례로 여행을 떠난 그녀는 이 땅에서 음악의 한 유파를 만들어냈다. 그것은 '이상은과 비슷한 성향의···'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박준흠) 


언제나 저에게는 최고의 여성 뮤지션입니다 ㅎㅎ


오늘 링크곡은 마지막트랙인 '어기여디어라'

http://www.youtube.com/watch?v=GcPkYR0XjCg

Posted by 시간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