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5. 19. 14:33




간만에 정말 재미있게 본 작품이다.


다만 흥행을 하기에는 너무(지나치게)잘 만들었다. 

차라리 이퀼리브리엄 처럼 액션신이라도 좀 많은 모르겠는데, 심지어 그 영화도 대중적인 흥행은 못했지만


제작정보를 자세히 보기 전에는 조나단 놀란의 각본인 줄 알았다. 그정도로 A.I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으면 만들기 힘든 작품이었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A.I에 대한 사전 지식이나, 요즘 연구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이 영화의 주된 갈등구조에 집중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다.


인공지능 연구에 관한 세가지 견해가 있다.


1. 이원론적 사고 : 인간의 정신, 영혼등은 다른 무엇으로 환원 불가능한 고유의 것이다.


2. 속성이원론적 사고 : 인간의 감각, 감정등은 전기적 화학적 신호로 표현 가능하나, 그것으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3. 일원론적 사고 : 인간의 모든 행동은 전기, 화학적 신호로 치환 가능하고 이것을 완벽히 해석해 낼 수 있다면 재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Strong A.I에 대한 믿음을 지닌 학자들은 대부분 일원론적 접근법을 선호하고(당연하겠지만), 일부 속성이원론 학자들의 경우 강한 종교적인 배경을 지닌 경우가 많다. 이 영화의 맥스 역시 영화 끝부분에 보면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다.(앞부분에서는 신경을 못써서 하고 있었는지 확실치가 않고... )


Strong A.I가 실현 가능하다면 과연 구현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철학적 논쟁은 또 다른 문제이다. 이 영화에서의 윌과 조세프 처럼.


과거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의 경우 기술 자체에 대한 철학적 담론은 크지 않았다. 심지어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런너에서 조차도


하지만 요즘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분위기가 좀 다르다.


프로메테우스에서 데이빗이 피터에게 초기 유기물을 먹도록 만드는 장면이나

Person of Interest에서 데시마의 대리인이 핀처와 나누는 대화

그리고 이 영화에서 윌이 영화 막바지에 하는 말들...


이런 장면을 보면 Strong A.I가 구현 가능하다면 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그렇다면 그걸 어떻게 봐야하고 받아들여야 하나, 통제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하나의 자유 의지(인간과 같은)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 이런 고민들이 드러난다.


대충 짐작해 보자면, 일반 대중들에게는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실험실 안에서는 A.I에 대한 어떤 진보가 있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아... 이 영화를 보며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영화를 통틀어 Strong A.I 라는 표현이 딱 한번 등장한다는 점이다. 조셉이 윌에게 이 곳을 제외한 모든 연구실이 파괴되어 Strong A.I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곳이 여기 뿐이라는 말을 할 때.(아 물론 더 나왔지만 내가 놓쳤을 가능성도 있긴 하다 ㅋㅋ)

Posted by 시간도깨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