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10. 18. 10:03

76. 정태춘 아! 대한민국 (1990/삶의 문화/한국음반) 


1991년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정태춘은 불법 음반을 냈다. 90년대 정태춘이라는 가수를 대중들에게 가장 드러나게 했던 공연윤리 심의위원회와 한 가수의 공식적인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본작<아! 대한민국>이 바로 그 시발점이다. 이 앨범에는 이전까지 그를 그렇게 붙잡고 늘어 지던 심의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직설적인 가사들과 우리 전통악기들을 사용하여 (북, 꽹가리, 태평소) 뽑아낸 그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강한 소리들이 이전까지의 시도와는 다른 차원에서 완전히 그 자세를 확립하고 있다. <일어나라 열사여>, <황톳길> 외에도 <그대 행복한가>와 <우리들 세상>을 통한 질문과 대답을 들을 수 있으며 이전까지 우리 고유의 음악을 옭아매던 한의 정서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분노와 저항을 실은 새로운 국악의 소리를 만들어냈다. 공윤에 대항하는 표현의 자유를 드러낸 본작으로 정태춘은 이전의 저항적인 혹은 서정적인 포크 가수에서 새로운 위치를 갖게 된다. (한유선) 


1990년에 발매된 이 앨범,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2013년의 대한민국


과연 얼마나 나아진 나라에 살고있나 라는 생각을 자꾸만 하게 됩니다.


김민기씨의 노래들 보다도 가사가 직설적이어서 그럴까요, 자꾸만 눈물이 나려고 했습니다 이 앨범을 듣는 동안에요.


오늘의 링크곡은 두번째 트랙 '떠나는 자들의 서울'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cP0aRiikRRY


이 아래로는 그냥 제가 주절거리고 싶은 얘기 들입니다.


첫번째 트랙인 '아, 대한민국'의 가사는 이렇습니다.


아, 대한민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사랑과 순결이 넘쳐 흐르는 이 땅 
새악시 하나 얻지 못해 농약을 마시는 
참담한 농촌의 총각들은 말고 
특급 호텔 로비에 득시글거리는 
매춘 관광의 호사한 창녀들과 함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저들의 염려와 살뜰한 보살핌 아래 
벌건 대낮에도 강도들에게 
잔인하게 유린당하는 여자들은 말고 
닭장차에 방패와 쇠몽둥이를 싣고 신출귀몰하는 
우리의 백골단과 함께 
우린 모두 안전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평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아, 우리의 땅. 아, 우리의 나라...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양심과 정의가 넘쳐 흐르는 이 땅 
식민 독재와 맞서 싸우다 
감옥에 갔거나 어디론가 사라져간 사람들은 말고 
하루 아침에 위대한 배신의 칼을 휘두르는 
저 민주인사와 함께 
우린 너무 착하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바보같이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우리의 공화국... 

우린 여기 함께 살고 있지 않나 
거짓 민주 자유의 구호가 넘쳐흐르는 이 땅 
고단한 민중의 역사 
허리 잘려 찢겨진 상처로 아직도 우는데 
군림하는 자들의 배 부른 노래와 피의 채찍 아래 
마른 무릎을 꺾고 
우린 너무도 질기게 참고 살아왔지 
우린 너무 오래 참고 살아왔어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아, 대한민국. 아, 대한민국...


2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 노래가 발매될 때보다 과연 무엇이 나아졌는지 모르겠네요.


김민기씨의 노래를 들을 때도 그렇지만, 이런 목소리 이런 멜로디를 써내는 음악가들이 이런 가사의 노래를 불러야만 했던 그 시절이 안타깝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더 나은 세상(고층빌딩이 올라가고 길거리에 좋은 차가 많이 굴러다닌다고 더 나은 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이 오기를 소망해야만 한다는 현실이 서글프구요.

Posted by 시간도깨비